[커버스토리] 고전학파·케인스학파·오스트리아학파…경제 성장을 달성하는 방법·철학이 다르죠

입력 2022-08-22 10:00  


경제학자들은 경제학파를 나눌 때 출발점을 18세기 고전학파로 삼습니다. 비록 경제학(economics)이라는 말이 고대 그리스 철학자 크세노폰의 ‘오이코노미코스(Oikonomikos: 가정 살림 관리)’에서 오긴 했지만, 거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진 않죠. 그 시대엔 경제학 같은 사회과학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대의 대철학자였던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조차 경제학에 대해 언급한 게 거의 없죠.

교회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 중세 봉건시대에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인간과 사회가 교회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획일적인 체제였고, 소위 물질세계를 소홀히 다뤘기 때문에 소유, 생산, 상업을 기반으로 한 경제는 매우 낮은 단계에 머물렀더랍니다.

르네상스 시대(15세기 중반~17세기 초)를 지나고 새로운 패러다임(인식 틀)이 생기면서 경제학은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17세기 후반 계몽주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말하는 사회계약설이 등장했고, 신(神)을 넘어 인간과 이성을 존중하는 인본주의가 생겼고, 실험과 이론을 중시하는 과학이 꽃피면서 철학자와 사상가들은 삶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죠.

18세기 우리는 고전학파를 만나게 됩니다. 1790년대부터 187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린 학파입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 바로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입니다. 산업혁명으로 생산·거래·인구·국부(國富)가 증가하자, 고전학파는 이유를 설명해야 했습니다. 고전학파는 “재화의 가치는 생산에 투입된 노동량에 비례한다”고 봤습니다. 노동가치설이라는 거죠. 고전학파는 인구 증가를 위험 요소로 봤어요. 토지는 유한한데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사회가 파탄한다고 했죠. 임금기금설도 주장했습니다. 임금기금설이란 사회에는 임금 지급에 충당해야 할 일정액의 임금기금이 존재하는데, 이것을 노동자 수로 나눈 것이 바로 평균 임금이라는 내용입니다. 노동자 수가 늘어나면 임금이 떨어져 노동자에게 불리하다고 봤어요. 카를 마르크스가 말한 노동 착취설입니다.

고전학파의 핵심인 가치이론은 한계효용이론으로 무장한 신고전학파에 의해 무너졌습니다. 신고전학파는 가치는 노동 투입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한계효용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습니다. 소비자의 주관적 평가, 즉 효용에 따라 가격이 정해진다는 거죠. 노동량이 많이 투입된 재화여도 소비자가 효용을 느끼지 못하고 안 사면 ‘제값’을 못 받는다는 겁니다. 이것은 천동설이 지동설로 패러다임이 바뀐 것과 비슷할 정도였습니다.

신고전학파를 위협하며 나온 게 케인스학파입니다. 영국 경제학자 케인스는 “시장이 스스로 작동해서 균형을 이룬다”는 고전학파의 ‘자유방임주의(Laissez-faire)’를 인정하지 않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유효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경제가 안 좋을 때 정부가 이자율을 내리거나 정부지출을 확대해 기업투자를 증가시켜야 한다는 거죠. 이것은 1920년대 이후 닥친 불황, 공황 국면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전 없었던 정부 주도 경제가 등장한 겁니다.

케인스학파는 1970년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같은 오스트리아학파 두뇌들은 케인스의 정부 주도론이 경제 위기를 더 심화시킨다고 했어요. 1970년대에 불어닥친 ‘오일 쇼크’에 케인스 정책은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했어요. 오스트리아학파는 케인스식 통화 개입과 인위적인 이자율 조작보다 기업가정신, 민간 주도 경제, 정부지출 축소, 건전한 통화정책을 통한 경제 성장을 주창합니다. 공공선택학파는 관료들도 국가이익이 아닌 자기이익에 따라 정책을 선택해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주장합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 교수(1912~2006)는 경제학을 학파로 나누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그는 “세상에는 좋은 경제학과 나쁜 경제학이 있다”고 말했죠. 경제학파(學派)로 경제학을 구분하면 ‘나쁜 경제학’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좋은 경제학은 국가 경제를 번영으로 이끌지만, 나쁜 경제학은 나라를 망가뜨린다고 했습니다. 경제 위기에 빠진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북한 같은 나라에선 나쁜 경제학이 지배합니다. 경제학파를 공부하다 보면 좋은 경제학과 나쁜 경제학을 구분하는 지력도 자연스럽게 생긴답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
1. 경제학의 어원인 오이코노미코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찾아보자.

2. 고전학파와 신고전학파가 어떤 면에서 다른지 알아보자.

3. 한계효용학파가 주장한 한계효용이 무엇인지 토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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